
생산·가공·체험·판매 현장에서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살펴보는 연재다. 이번에는 농장의 강점을 고객의 언어로 정리하고, 홍보와 판매의 기준이 될 브랜드 방향을 설계한다.
좋은 상품이 있는데, 왜 기억되지 않을까
농산물 소개에는 ‘정성껏 키운’, ‘신선한’, ‘믿을 수 있는’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 말만으로는 고객이 우리 농장을 선택할 이유가 선명해지지 않는다. 상품 사진과 판매 글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 농장의 인상도 흐려진다.
브랜딩의 출발점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브랜드가 경쟁 사업자와 구별되는 데 기여하며, 이름·로고 등 일부 요소는 상표로 보호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농장에서는 이 구별점을 생산 방식, 안내 과정, 고객 경험처럼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과 연결해야 한다.
AI는 농장의 자료를 묶고 표현 후보를 비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입력하지 않은 재배 철학이나 고객 반응까지 그럴듯하게 채울 수 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보다 ‘제공한 기록 안에서 선택 이유를 찾아 달라’는 요청(프롬프트)이 먼저다.
강점, 고객의 필요, 증거를 연결한다
연습용 가상 사례로 딸기 판매와 가족 체험을 함께 기획하는 농장을 가정해 보자. ‘아이와 처음 농장을 방문하는 보호자’를 우선 고객 후보로 정하고, 체험 전 준비물 안내와 현장 설명을 운영안에 넣는다. 이는 실존 농장의 실적이나 고객 조사 결과가 아닌 실습 설정이다.
이때 ‘최고의 딸기 체험’이라는 표현보다 ‘처음 방문하는 가족이 준비 과정부터 이해하기 쉬운 농장’이라는 방향이 구체적이다. 그러나 고객이 정말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농장이 매번 같은 안내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 약속은 실제 운영으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포지셔닝(Positioning)은 고객이 다른 선택지와 비교할 때 우리 농장을 어떤 자리로 인식하게 할지 정하는 일이다. 비교 대상은 인근 농장만이 아니다. 이 사례에서는 실내 놀이시설이나 집에서 보내는 주말도 대안일 수 있다. AI에는 경쟁자의 약점을 추측하게 하기보다, 공개된 안내와 우리 자료에서 비교 가능한 차이를 찾게 한다.
현장 실행 방법
첫째, 농장의 사실 자료를 모은다.
상품 정보, 운영자가 직접 쓴 시작 이야기, 실제 작업 사진, 체험 안내문, 개인정보를 지운 고객 질문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문서 내용을 대화창에 붙여 넣는 방식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자료가 없는 항목은 빈칸으로 남긴다.
둘째, 고객과 선택 이유를 좁힌다.
활용 요청문(프롬프트): “당신은 농장 브랜드 기획을 돕는 실무자다. 아래 자료만 사용해 핵심 고객 후보, 고객의 고민, 우리 농장의 선택 이유를 정리하라. 각 판단 옆에 근거 자료를 적고, 관찰된 사실·해석 또는 가설·자료 없음 또는 확인 필요로 구분하라. 없는 후기·인증·성과는 만들지 마라.”
셋째, 운영자가 고객 한 유형과 강점 하나를 고른다.
‘모든 고객에게 사랑받는 농장’처럼 넓은 답은 다시 좁힌다. 활용 요청문(프롬프트): “선택한 고객과 강점을 기준으로 브랜드 약속 한 문장, 이름 후보 세 개, 권장 말투와 피할 표현을 제안하라. 각 약속을 지키려면 필요한 운영 행동과 확인 자료를 함께 적어라. 이름의 사용 가능 여부는 미확인으로 표시하라.”
넷째, 표현과 운영을 대조한다. ‘언제나 자세히 설명한다’고 썼다면 바쁜 날에도 누가 어떤 안내를 맡을지 살핀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표현의 범위를 줄이거나 운영안을 먼저 보완한다. 고객 후보에게 기획서를 보여줄 때도 ‘좋은가요’보다 ‘어떤 농장으로 이해했는가’, ‘방문 전에 무엇이 더 궁금한가’를 묻고 답을 기록한다.
현장 결과물: 농장 브랜드 기획서
다음은 위 가상 설정으로 만든 항목형 초안이다. 이름 후보는 상표·상호 확인 전 연습안이며, 약속과 안내 방식은 운영자가 실행 가능성을 확인한 뒤 채택한다.
• 핵심 고객: 아이와 첫 농장 방문을 준비하는 보호자.
• 고객의 고민: 준비물과 현장 진행을 미리 알고 싶다는 가설.
• 차별점 후보: 방문 전 안내와 현장 설명을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
• 브랜드 약속: 처음 방문하는 가족에게 준비와 체험 과정을 알기 쉽게 안내한다.
• 이름 후보: 딸기첫걸음, 딸기마중뜰, 함께딸기뜰. 모두 사용 가능 여부 미확인.
• 말투: 짧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누구나 완벽하게’, ‘무조건 만족’은 쓰지 않는다.
• 근거와 확인 항목: 안내문·진행안 확보 여부, 안내 담당자, 고객 가설, 이름의 권리 관계를 확인한다.
기획서에는 작성일과 수정 이유를 남긴다. 상품 소개와 홍보에 공통으로 적용하되 고객 반응이 쌓이면 가설을 고친다.
사람이 최종 확인할 항목
농장 이야기는 실제 경험과 일치하는지, 차별점은 자료로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가격·운영 조건·인증·효능은 확인된 범위만 쓰고, 고객 개인정보와 타인의 문구·사진 사용 권한도 점검한다. 이름 검색 결과와 운영 능력을 검토한 뒤 사람이 브랜드 방향과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이 기획서는 다음 단계인 로고·슬로건 제작의 입력자료가 된다.
자주 묻는 말(FAQ)
Q1. 농장 자료가 적어도 AI로 브랜딩을 시작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 상품, 운영 방식, 자주 받는 질문부터 적는다. 고객 자료가 없으면 고객 유형과 고민은 가설로 표시한다. AI가 붙인 ‘지역 대표’, ‘재구매가 많은’ 같은 표현은 근거를 요구하고, 자료가 없으면 지운다. 농장의 시작 이야기도 운영자가 직접 기억하는 사실을 먼저 기록한다. 초안은 인터뷰와 운영 기록으로 보완할 출발점이며, 시장에서 검증된 전략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Q2. 고객 문의와 후기를 그대로 넣어도 되는가?
이름·전화번호·주소·주문번호처럼 고객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제거하고 필요한 질문만 옮긴다. 익명 코드로 바꾸더라도 날짜나 가족 상황이 결합되면 개인이 드러날 수 있어 불필요한 세부 내용도 덜어낸다. 원문 후기를 공개 인용하는 일은 내부 분석과 별개다. 이용 조건과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여러 사람의 말을 합쳐 실제 후기처럼 만들지 않는다. 사례에 등장하는 고객 반응도 실제 기록과 가설을 구분한다.
Q3. AI가 제안한 이름과 문구를 바로 사용해도 되는가?
초안으로만 다룬다. KIPRIS 등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름과 관련 상품·서비스를 확인하고 검색일을 기록한다. WIPO도 국제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국가·지역의 상표 자료를 확인하도록 안내한다. 검색에서 같은 이름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 가능성이나 등록 가능성이 확정되지는 않는다. 기존 브랜드와의 혼동, 문구의 유사성, 사진·서체의 이용 조건을 따로 살피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검토를 거쳐 공개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윤성임 | 소셜앤비즈·한국AI융합비즈연구원 대표

윤성임 기술창업학박사는 생성형AI 교육 전문가이자 AX·DX 컨설턴트다. 건양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KT·KTDS에서 16년간 ICT 시스템 개발·운영과 사용자 교육 경험을 쌓았다.
공공기관, 기업, 대학, 상공회의소, 농협 및 농업기술센터 등을 대상으로 생성형AI 활용, AI 리터러시, 업무혁신, 문서·콘텐츠 자동화, AI 에이전트 활용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농축임수산업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비전공자가 AI를 쉽게 이해하고 생산·가공·체험·판매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현장 사례와 실습 중심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