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정부가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계기로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의 한계였던 공기 지연과 숙련공 부족, 안전사고 위험을 극복할 핵심 대안으로 모듈러 공법이 부상하면서 정부와 관련 산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듈러 공공주택 발주 물량을 2만 가구까지 확대하고 연평균 공급량을 기존 대비 67%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일반 공법 대비 비싼 공사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초과 공사비의 50%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한편 의왕초평과 하남교산 등지에 고층 모듈러 주택 시범사업을 추진해 규모의 경제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모듈러 건축 특별법 제정과 관련 법안 발의 등 입법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GS건설과 계룡건설, 현대엔지니어링, 금강공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고층화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엔알비와 플랜엠 등 전문 스타트업 역시 주요 공공 사업과 근로자 숙소 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가전업계까지 모듈러 주택에 자사의 AI 가전과 IoT 인프라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유통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공공 주도의 대량 발주와 민간의 기술 혁신이 어우러져 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다만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을 현장으로 이동시킬 때 발생하는 축하중 단속 기준과 야간 운송 규제, 복잡한 노선 허가 절차 등 도로 운송 관련 규제 개선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또한 공장 제작 단계부터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공장 내 기성을 인정하는 금융 상품 마련과 중소 제작사 지원을 위한 정책 펀드 조성 등 제도적 보완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정책 발표는 전통적 건설업을 제조업 형태로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공공의 적극적인 마중물 지원에 발맞추어 물류 및 금융 제도의 현실적인 개선이 속도감 있게 이루어진다면, 모듈러 공법은 국내 주택 시장의 공급난을 해소하고 건설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