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구 일원동 '나리울동물병원' 유윤영 원장 |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자리한 나리울동물병원을 찾았다. 2021년 말 등록된 동물병원으로, 현재 일원동에서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만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을 찾기 전까지 기자가 생각했던 ‘동물병원’과 실제로 만난 나리울동물병원의 분위기에는 조금 다른 온도가 있었다.
유윤영 원장이 이야기하는 병원은 거대한 의료시설도, 특별한 수식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공간도 아니다. 오히려 아픈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고,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궁금한 일이 생기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곳에 가깝다.
그는 자신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리울동물병원 역시 심화 진료를 내세우기보다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기본적인 내과 진료를 중심으로 건강한 어린 반려동물들을 오래 지켜보는 1차 동물병원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 담백함이 이곳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말인지도 모른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처음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죠.”
유 원장이 수의사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그가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의학’이었다. 생물학이 재미있었고 자연스럽게 의사와 수의사, 한의사 등을 진로로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본 한 장면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동물원에서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모습이었다. 사자와 호랑이처럼 말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이었다. 어디가 아픈지 직접 말해줄 수 없는 동물을 앞에 두고 수의사는 상태를 살피고, 이상이 있을 것 같은 부위를 찾아내 치료했다.
그 모습이 어린 유윤영에게는 꽤 강렬했다.
“어디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는데 정확하게 보시고, 어디가 안 좋은 것 같다고 하시더니 치료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치료하고 아이가 좋아지는 걸 보면서 ‘저거 하면 되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수의대를 선택했다. 다행히 성적도 뒷받침됐고, 수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처음 떠올렸던 수의사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다. 동물원보다 소동물, 그중에서도 반려동물을 만나는 일에 마음이 기울었다.
그렇다고 졸업하자마자 병원을 차린 것도 아니다.
제약회사에서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결혼을 한 뒤에는 ‘더 늦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동물병원 인턴으로 들어가 1년가량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작은 병원에서 약 1년 동안 페이닥터로 근무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만의 병원을 꿈꾸기 시작했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페이닥터로 일하면 결국 병원의 운영 방식과 원장의 진료철학에 맞춰야 한다. 유 원장은 그 시간을 지나며 ‘나만의 언어로 진료하는 병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호자와 조금 더 가깝게 소통하고, 진료실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반려동물의 상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병원.
그렇게 잠실에서 처음 자신의 병원을 시작했다. 이후 아이를 키우면서 현재의 일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의 나리울동물병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병원 이름에도 유 원장이 그리고 싶었던 공간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나리울’은 ‘개나리 울타리’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따뜻한 노란색, 파릇파릇한 봄,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진료하는 소아과 같은 편안한 느낌.
개원 시기도 1월 무렵이었다. 겨울 끝에서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었다.
“딱 들었을 때 따뜻하고, 약간 노란색과 파릇파릇한 봄이 생각났어요. 어린아이들을 보는 소아과 같은 느낌도 있었고요.”
그래서 ‘나리울’이 됐다.
처음 들으면 한 번 더 의미를 묻게 되는 이름이지만, 그 안에는 유 원장이 병원에 담고 싶었던 정서가 있었다.
차갑고 낯선 병원이 아니라 조금은 편안하고 따뜻한 곳.
그리고 그 이름처럼 유 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방’이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아프고 나서 치료하는 것보다, 건강할 때부터 아이를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 원장은 자신이 특별히 대단한 것을 하는 수의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예방접종을 하고, 건강검진을 하고, 일상에서 생기는 간단한 내과적 문제를 살피고, 보호자가 궁금한 것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유 원장이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보호자의 이야기다.
반려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직접 말할 수 없다. 결국 수의사가 진료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보호자가 일상에서 관찰한 작은 변화다.
구토를 했다면 단순히 ‘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몇 번 했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 밥은 먹었는지,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 소변은 평소와 같은지.
보호자가 이야기해주는 사소한 정보 하나가 진료의 방향을 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유 원장은 검사 하나를 권할 때도 이유부터 설명한다. 왜 필요한 검사인지, 검사를 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생길 수 있는지, 지금 바로 해야 하는지 며칠 뒤에 해도 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제가 설명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 검사가 왜 필요한지, 안 했을 때 어떤 상황이 될 수 있는지, 안 해도 되는지 아니면 며칠 뒤에 해도 되는지 자세히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그가 바라는 것은 보호자가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는지 알고, 왜 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함께 결정하는 보호자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병원 문턱이 조금 낮았으면 좋겠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편하게 전화하셔도 되고요.”
동물병원을 둘러싼 보호자들의 고민은 의외로 비슷하다.
혹시 과잉진료를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나오면 어떡하지. 이 정도 증상으로 병원에 가도 되는 걸까.
유 원장 역시 보호자들이 그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비용이나 검사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이야기해 달라고 말한다.
“비용이 부담되시면 수의사한테 말씀하셔도 돼요.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지 알면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거든요.”
진료를 둘러싼 불신을 줄이는 방법은 어쩌면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수의사가 충분히 설명하고, 보호자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 사이에 신뢰가 생긴다.
나리울동물병원을 찾는 어린 반려동물들이 많다는 것도 유 원장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예방접종을 위해 찾아온 작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고, 어느 순간 노령의 반려동물이 되어 다시 진료실을 찾는다.
그 시간을 함께 지켜보는 것이 그에게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큰 매력이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보다 더 뿌듯한 순간이 있어요. 다시 편안해진 모습을 보는 거예요.”
유 원장이 기억하는 사례 가운데에는 행동 문제를 가진 강아지가 있다.
분리불안이나 짖음 같은 행동은 보호자가 단순한 습관이나 성격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보호자는 그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유 원장과 꾸준히 상담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면서 아이의 행동은 조금씩 좋아졌다. 최소한의 용량으로 아이에게 맞는 치료를 이어갔고, 밝아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 원장은 강아지에게도 표정이 있다고 말한다.
편안해진 얼굴, 밝아진 눈빛.
무엇보다 보호자와 반려동물 사이의 관계가 다시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고양이 사례도 비슷했다.
털을 과도하게 뜯고, 소변 실수를 반복하고, 밤에 울던 고양이가 있었다. 보호자는 냄새와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힘들어했고,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있었다.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약물치료를 진행한 뒤 아이는 조금씩 달라졌다.
소변 실수가 사라지고 밤에 우는 것도 줄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편안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유 원장은 반려동물에게도 정신적·행동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단순히 한 마리의 동물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반려동물이 편안해지면 보호자도 편안해진다.
보호자가 편안해지면 다시 반려동물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을 수 있다.
결국 진료가 회복시키는 것은 몸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에게서 질병을 발견할 때, 예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건강검진을 통해 종양이나 심장 문제를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였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가 발견됐다. 이후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상태를 관리하는 아이도 있고, 꾸준히 검사를 이어가며 건강을 유지하는 아이도 있다.
유 원장은 이런 경험을 하면서 건강할 때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낀다고 한다.
보호자가 "그때 검사해서 다행이었다"고 말해줄 때면 특히 뿌듯하다.
그것이 유 원장이 예방의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픈 아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 아프지 않은 아이를 오래 건강하게 지켜주는 것 역시 수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믿음이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작은 변화라도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그게 진료의 깊이를 만들어줘요.”
유 원장이 보호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도 결국 소통으로 돌아온다.
평소보다 특정 사람에게만 짖는 강아지. 사람이 오면 유난히 숨는 고양이. 피부를 자꾸 뜯거나 귀를 자주 만지는 행동. 평소와 조금 달라진 식사량이나 배뇨 습관.
보호자에게는 ‘별일 아닌 것 같은’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수의사에게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조금 더 자주 짖는 것, 누구에게는 짖는데 누구에게는 안 짖는 것처럼 사소한 것도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괜찮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전화라도 해보고, 필요하면 병원을 찾아오기를 권한다. 직접 데려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상황을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호자 자신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은 멀쩡해 보이는데 보호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그 감각 역시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보호자만 알아챌 수 있는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 사진 = 나리울동물병원 |
“20년 뒤에도 이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는 병원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먼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는 유 원장.
그가 원하는 미래는 의외로 단순하다.
지금처럼 병원을 잘 운영하는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래 수의사로 살아가는 것.
지금 찾아오는 어린 반려동물들이 10년, 20년 뒤에도 건강하게 자라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여기 원장님한테 가야지.“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병원.
그것이 유 원장이 꿈꾸는 나리울동물병원의 가장 먼 미래다.
20년 뒤라면 자신도 60대가 된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면, 지금 만나는 아이들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까지 함께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는 특별한 성공이나 확장보다 오래 지속되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수의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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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리울’이라는 이름이 다시 떠올랐다.
개나리 울타리.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노란 꽃이 피어난다. 처음에는 작고 여린 꽃이지만 어느 순간 길을 따라 이어지며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유윤영 원장이 말하는 동물병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예방접종을 하러 온 작은 강아지 한 마리일 뿐이고,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이다. 하지만 한 번의 진료가 두 번이 되고, 몇 년의 시간이 쌓이면 수의사와 보호자, 그리고 반려동물 사이에는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아픈 순간에만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시간을 알고 있는 사람.
큰 변화보다 작은 변화를 먼저 알아채는 사람.
그리고 보호자가 "이건 괜찮은 걸까요?"라고 물었을 때 부담 없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
유 원장이 꿈꾸는 수의사는 그런 모습에 가까워 보였다.
결국 좋은 동물병원이란 얼마나 큰 규모를 갖췄는가보다, 한 생명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고 살피는가에 의해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리울동물병원이 지금의 어린 반려동물들과 함께 시간을 쌓아가며, 훗날 그들이 다시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날까지 따뜻한 울타리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나리울동물병원의 진료 및 이용 관련 자세한 정보와 병원의 다양한 소식은 공식 블로그(나리울 동물병원)와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