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동면 가산리와 금산리 일원에 조성된 가산일반산업단지가 준공 이후에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본지 11월 3일자 「양산시 가산산단 미분양 속 악재 겹쳐」 참조>
가산산단은 3,816억 원을 들여 67만2,000㎡ 규모로 조성됐다. 지원시설용지 44필지 가운데 40필지가 매각됐다. 단독주택용지 70필지와 공동주택용지 1필지, 주차장용지 6필지도 모두 분양됐다.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러나 산업단지의 핵심인 산업시설용지는 사정이 다르다. 전체 48필지 가운데 분양된 곳은 23필지다. 분양률은 47.9%에 그쳤다. 이마저도 2필지는 양산시가 공공 연구기관 건립을 위해 매입했다. 순수 민간기업이 매입한 산업용지는 21필지뿐이다.

악재도 겹쳤다. 양산시와 7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던 쿠쿠전자는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해당 부지는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공동주택용지를 매입한 삼일건설도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 유치는 부진하다. 주거 기반 조성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사업의 출발점이다.
가산산단은 애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을 검토했다. LH는 2007년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재정난과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이후 2011년 경남개발공사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양산시와 협약을 맺고 공영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왜 LH는 물러났을까?.
물금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LH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산산단은 당초 지식기반형 첨단산업단지로 계획됐다. 하지만 양산과 인근 지역에 해당 업종의 기업 수요가 충분했는지는 의문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사업 장기화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업 초기부터 낮은 사업성과 기업 수요 부족이 우려됐는데, 경남개발공사는 어떤 근거로 사업을 맡았을까?.
당시 사업성 판단에서 주목할 부분은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다. 개발제한구역은 토지 이용에 제약이 많다. 또한 임야였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비를 예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달랐다.
2025년 기준 가산산단의 총사업비는 3,816억 원이다. 이 가운데 토지 보상비는 2,524억 원이다. 전체 사업비의 약 66.2%다. 사업비의 3분의 2 가까이가 토지 보상에 들어갔다.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산산단은 2019년 보상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보상 업무가 중단됐다. 감정평가 결과 보상금이 예상보다 약 30% 증가했다. 총사업비도 최초 타당성 검토 때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산시와 경남개발공사는 지방공기업평가원에 사업 타당성 재검토를 의뢰했다. 당시 재검토에서는 산업용지 분양가를 평당 264만 원에서 약 305만 원으로 높이는 조건으로 B/C 1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증가분을 분양가격 인상으로 보완한 셈이다.
경남개발공사는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약 1,638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보상금을 마련키로 했다. 양산시도 가산산단 공업용 수도시설 설치를 위해 95억 원 규모를 투자했다.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그린벨트 해제 사업이라면 토지 보상은 감정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실제 보상금이 약 30%나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초 사업성 검토에서 보상비를 과소 추정한 것은 아닌가. 토지 자체의 평가액이 높아진 것인가. 아니면 건물과 지장물 등 다른 보상 항목이 늘어난 것인가. 경남개발공사는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분양가도 문제다. 2019년 지방공기업평가원의 타당성 재검토 당시에는 평당 약 305만 원을 전제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산업용지 분양 예정가격은 평당 약 340만 원 수준까지 조정됐다. 2025년에는 경남도가 평당 19만 원을 지원했다. 최종 공급가격은 평당 약 321만 원으로 낮아졌다.
그런데도 산업용지 분양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사업성 분석은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을까. 신뢰성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양산지역 다른 산업단지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는 크다. 공개된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가산산단은 석계2산단보다 약 2.3배 비싸다. 덕계일반산단보다도 약 1.8배 높다. 물론 공급 시기와 입지, 용지 조건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높은 땅값이 투자 결정에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은 땅값만 계산하지 않는다. 공장 건축비와 생산설비 투자비도 따진다. 인건비와 물류비도 고려한다. 투자 이후의 수익성도 검토한다. 산업용지 가격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기업 유치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쿠쿠전자의 투자 철회도 한 기업의 결정으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왜 기업들이 가산산단을 선택하지 않는지 원인을 찾는 일이다.
가산산단 개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볼 보자. 공공기관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해 고용을 늘리려 했다.
그러나 높은 보상비와 고분양가가 기업 유치의 걸림돌이 됐다. 토지 소유자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얼마였는가?. 공공이 부담한 비용과 위험은 얼마나 되는가. 개발 이후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갔는가. 따져봐야 할 문제다.
경남도의 지원도 마찬가지다. 도민의 세금으로 평당 19만 원을 지원해 분양가격을 낮췄다. 그렇다면 그 지원은 실제 기업 유치로 이어지고 있는가.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라는 성과를 내고 있는가.
가산산단의 문제는 양산시가 추진하는 물금 증산지구 도시개발사업에도 중요한 교훈이 돼야 한다.
증산지구 역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전제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목적과 방식은 가산산단과 다르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토지 이용 가치를 바꾸고 공공과 민간이 사업비와 개발 위험을 부담한다는 점에서는 비교해 볼 대목이 있다.
공공개발의 성패는 얼마나 크게 개발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얼마나 정확하게 수요를 예측했는지가 중요하다. 사업비와 위험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계산했는지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민의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LH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물러났던 가산산단을 경남개발공사가 맡았다. 그러나 준공 이후에도 산업시설용지 분양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핵심 투자기업도 떠났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최초 사업성 분석과 실제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 누가 어떤 근거로 사업을 추진했는지 밝혀야 한다. 무엇을 잘못 예측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가산산단은 아직 끝난 사업이 아니다. 미분양 용지를 해소하고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또 다른 혈세 투입이어서는 안 된다. 먼저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증산지구 개발을 본격화하기 전에 가산산단의 성적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가산산단에서 확인된 문제를 외면한 채 또 다른 대규모 개발에 나선다면, 양산시는 같은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