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박주민기자]

[화담일보=박주민기자]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주요 인기 차종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중고차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 데다 원화 강세로 해외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국내 시장의 재고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유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내수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중고차 가격에 하락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3일 보도한 중고차 플랫폼 엔카의 시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2023년식 BMW 520i M스포츠의 평균 중고차 가격은 375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조사된 2022년식 동급 차량의 평균 시세인 4493만원보다 734만원(16.3%) 낮은 수준이다. 해당 비교는 조사 시점과 차량 연식이 모두 달라 동일 차량의 1년간 가격 변동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23년식 제네시스 GV80 2.5T AWD의 평균 중고차 시세는 4572만원으로, 1년 전 비교 대상인 2022년식 동급 차량의 5174만원보다 602만원(11.6%) 낮았다. 2023년식 현대자동차 더 뉴 팰리세이드 역시 평균 3802만원으로 전년 비교 대상보다 약 700만원 저렴했다.
수입차의 경우 신차와 중고차 간 가격 차이도 크게 나타났다. 2023년식 아우디 A6 45 TFSI 프리미엄의 평균 중고차 가격은 3417만원으로, 자료에 제시된 신차 가격 8690만원보다 약 60.7% 낮았다. 2023년식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도 평균 4372만원으로 비교 신차 가격 9480만원의 약 46% 수준이었다. 다만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 차이에는 연식과 주행거리, 차량 상태 및 모델 변경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중고차 가격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수출시장 위축이 지목된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수출시장은 중동과 러시아 등의 해외 수요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주요 수출국의 시장 여건이 달라졌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중고차 수출이 위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수입차 관련 부담금 제도 변경과 시리아의 중고 승용차 수입 제한도 수출환경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거론된다.
환율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한국 중고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해외 구매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차량을 구매하는 데 더 많은 외화를 지불해야 하므로 한국산 중고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수출업체들이 차량 매입을 줄이면서 국내 유통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로 판매되지 못한 차량이 국내 시장에 남으면 재고 부담이 늘어나고,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관리비용과 차량 가치 하락을 고려한 가격 조정 가능성도 커진다.
국내 구매 여건 역시 녹록지 않다. 제공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 구매에 따른 금융비용도 늘었다. 차량 유지비와 자금 조달 부담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중고차 구매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시장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4분기에는 연식 변경과 신차 판매 촉진 행사가 맞물리면서 중고차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 국내 재고를 소화하기 위한 가격 조정이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가격 하락이 모든 차량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고차 가격은 차종과 연식, 주행거리, 사고 이력, 차량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다. 따라서 구매자는 신차 대비 할인 폭뿐 아니라 차량의 실제 상태와 유지비, 할부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