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침없는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으로 그려낸 강렬한 서사의 세계
이토록 존귀한 나는 누구인가. 이토록 하찮은 나는 누구인가. 그러나 나는 누구도 아니다. 운명을 창조한 신이 바로 나다. 그 창조된 운명을 경험하는 내가 바로 신이다. 위대한 신과 나는 결코 분리된 적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 ‘단독자’는 전승선 작가의 세계관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오랫동안 사유하고 사색하여 깊이 받아들인 정신적 가치를 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여 냈다.
‘나’라는 존재는 신비로우며 매혹적인 미지의 세계다. 모험과 기적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로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여행은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에서 출발한다. 여행을 멈추지 않은 것은 여행이 곧 수행이며 삶이기 때문이다.
경주 선도산에서부터 서울, 몽골, 중국, 네팔, 인도, 티베트에 걸친 대장정의 여행을 통해 신비롭고 환상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찰나와 영원을 오가며 인간 본질에 대한 근원적 메시지를 던진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장은 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매력이다.
“죽은 남자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다니요. 왜죠?”
“왜냐면 사람이 죽어도 남자의 고환에 이틀 정도는 정자가 살아 있거든요. 자손을 남기기 위한 동물적 반응이지요. 우린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지요.”
“무섭군요.”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명과학을 이용하지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논리적으로 말을 이어 가는 여자가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이성적이고 본질적입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본능이 아니라 본질이지요.”
“생물학적 정자의 주인은 상관없나요?”
“현대 사회의 구역질 나는 정자중심주의를 철저하게 배척합니다. 생명의 탄생에 남자가 기여한 거는 고작 십여 분의 본능뿐이죠. 유전자만 복사해 주는 것뿐입니다.”
“…….”
“왜 말이 없으시죠. 제 이야기가 틀렸나요?”
“아, 아닙니다.”
“유전자는 여자도 줍니다. 여자는 미토콘드라아도 주고 세포질도 주죠. 호르몬과 피도 주고 영양분도 주고 열 달 동안 배 속에 넣고 온갖 것들을 다 줍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저 강물에 오줌 한 방울 섞었다고 강물이 오줌물이 됩니까. 세상의 남자들은 강물을 외면하고 오줌 한 방울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선 그런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그게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인간의 질서가 아니던가요?”
“정자는 하나의 온전한 씨가 아닙니다. 난자와 결합해야 온전한 씨죠. 아이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 여자입니다. 아 미안합니다. 당신이 남자이기 때문에 내 말이 당신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이곳은 인간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인간의 마을입니다. 노동하고 배우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고 다시 태어나는 우주의 순환을 순명하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