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미국 가상자산 규제의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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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오는 9월 15일 상원 절차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표결은 법안 자체의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본회의 심의로 넘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체계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 상원 의사일정에 따르면 존 튠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심의를 위한 클로처(cloture) 절차를 신청했다. 상원에서 클로처를 성립시키려면 통상 재적의원 100명 가운데 60표가 필요하다.
따라서 9월 15일 표결은 클래리티법의 최종 입법 여부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는 초당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클래리티법은 어떤 법안인가
클래리티법의 정식 명칭은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of 2025’(H.R.3633)다.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거래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칙을 명확히 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역할과 관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클래리티법을 찬성 15표, 반대 9표로 가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이 함께 찬성하면서 초당적 입법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상원 전체회의를 앞두고는 추가적인 쟁점들이 부상하고 있다.
미 의회가 추진하는 시장구조 법안의 배경에는 그동안 미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어져 온 ‘규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과 감독기관이 달라지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기업과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사업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상원 통과 앞두고 윤리·자금세탁·DeFi 등 쟁점
문제는 법안의 세부 내용을 둘러싼 정치권과 업계의 의견 차이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관계를 고려한 윤리 규정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앞서 상원 은행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소비자·투자자 보호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법안에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자금세탁 방지와 불법 금융 차단을 위한 규정,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한 규제 범위, 소비자 보호 수준 등도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보상 문제 역시 변수다. 달러 등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어떤 형태의 보상이나 수익을 허용할 것인지에 따라 은행 예금과의 경쟁 구도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상원 논의 자료에도 사기·자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이자·수익 지급 금지, 윤리 규정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미국 금융당국도 ‘규제 명확성’ 논의 본격화
클래리티법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미국 금융당국 역시 디지털자산을 기존 금융체계 안에서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 수단을 넘어 결제와 송금, 금융상품의 토큰화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 인프라와 연결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디지털자산 정책은 개별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차원을 넘어 시장 참여자와 금융기관, 거래소, 발행사 등에 어떤 규칙을 적용할 것인지 정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클래리티법이 이러한 제도 정비의 핵심 법안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9월 표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법안 지지와 반대 논리도 팽팽
클래리티법을 지지하는 측은 명확한 규제체계가 마련되면 기업의 법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미국 내 디지털자산 산업과 기관투자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역시 법안을 디지털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와 혁신을 함께 지원하기 위한 입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규제 완화에 치우칠 경우 투자자 보호가 약화되고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윤리 규정과 자금세탁 방지,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충분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9월 15일 절차표결을 통과하더라도 법안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본회의 심의와 수정안 처리, 최종 표결 등 추가적인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서 헤이즈는 거부권 주장…업계에서도 의견 엇갈려
가상자산 업계 내부에서도 클래리티법에 대한 평가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아서 헤이즈는 클래리티법이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코인베이스 등 주요 업계 관계자들은 명확한 시장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미국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과 성장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클래리티법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법안인가’의 문제를 넘어 규제 명확성과 산업 육성,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영향 불가피
미국의 입법 과정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클래리티법을 통해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감독체계를 구체화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뿐 아니라 거래소와 금융기관, 기관투자자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 가상자산 금융상품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새로운 규제 기준을 선점할 경우 향후 다른 국가의 디지털자산 입법과 감독체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 관련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시장구조 법안이 어떤 형태로 확정되는지는 향후 국내 입법 논의에도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9월 15일 이후가 더 중요…최종 입법까지는 변수 남아
클래리티법은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절차를 밟고 있지만, 9월 15일 표결이 곧 최종 통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60표 확보에 실패할 경우 본회의 논의 자체가 지연될 수 있고, 반대로 절차표결을 통과한다면 이후 세부 조항을 둘러싼 협상과 수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 일정이 제한적인 만큼 올해 안에 최종 입법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로이터 역시 9월 절차표결 이후에도 윤리 규정과 자금세탁 방지,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항 등을 둘러싼 이견이 남아 있어 법안의 연내 통과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미국이 디지털자산 시장의 새로운 규칙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규칙이 향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9월 15일 첫 번째 시험대를 넘어 최종 입법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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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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