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경제 【공정경제 긴급진단 2부】 협력사 도면을 다시 그리면 ‘자체도면’이 될까…경동나비엔 사건이 남긴 결정적 기준

2017년 받은 온도센서 도면 3종 토대로 2024년 자체도면 작성…경쟁업체에 제공

표현과 형식 바꿔도 핵심 기술정보 활용했다면 기술자료 부당사용 판단 가능

기술자료 요구서면 미교부 12건·관련 서류 미보존 10건도 적발

리더경제 

【공정경제 긴급진단 2부】 협력사 도면을 다시 그리면 ‘자체도면’이 될까…경동나비엔 사건이 남긴 결정적 기준 

2017년 받은 온도센서 도면 3종 토대로 2024년 자체도면 작성…경쟁업체에 제공 

표현과 형식 바꿔도 핵심 기술정보 활용했다면 기술자료 부당사용 판단 가능 

기술자료 요구서면 미교부 12건·관련 서류 미보존 10건도 적발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협력업체가 제공한 기술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면을 작성하면 그 자료는 발주기업의 자체도면이 될 수 있을까. 

경동나비엔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도면의 제목과 형식, 작성자를 바꾸는 것만으로 협력사의 기술정보에 대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온도센서 구매단가를 낮추고 공급처를 이원화하기 위해 기존 협력사가 제공한 도면을 활용해 자체도면을 작성한 뒤 경쟁업체에 제공했다. 

문제가 된 원자료는 기존 협력사가 2017년 경동나비엔에 제출한 온도센서 관련 도면 3종이다. 

경동나비엔은 이 도면을 토대로 2024년 자체도면을 작성했고, 약 한 달 뒤 기존 협력사의 경쟁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행위를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기술자료 부당사용으로 판단했다. 


 

▲ 경동나비엔은 기존 협력사가 2017년 제출한 온도센서 관련 도면 3종을 토대로 2024년 자체도면을 작성한 뒤 약 한 달 후 경쟁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출처=공정거래위원회 

다시 그렸다고 ‘내 도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전달하지 않았더라도 기존 협력사의 기술자료에 포함된 핵심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도면을 만들고 이를 경쟁업체의 생산이나 거래에 사용했다면 부당사용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도면의 제목이나 형식이 아니라 어떤 기술정보를 토대로 작성됐고, 그 정보가 어디에 사용됐는지다. 

표현을 바꾸거나 새 파일로 다시 작성했다고 해도 원자료의 핵심 규격과 설계정보가 그대로 반영됐다면 기술자료 사용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 기술자료 부당사용 여부는 단순 복사 여부보다 기존 협력사의 도면에 담긴 핵심 기술정보를 활용했는지, 그 정보가 다른 거래나 경쟁업체 생산에 사용됐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자료출처=공정거래위원회 

기술자료 요구 자체가 모두 불법은 아니다 

기업이 제품을 발주하고 품질을 관리하려면 협력사에 규격과 성능, 제조공정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발주기업이 거래 과정에서 취득한 기술자료를 원래 요구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요구 목적과 권리 귀속,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사용 범위와 대가 등을 서면으로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자료를 받은 뒤에는 관련 서류도 법정기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공정위 조사에서는 기술자료 부당사용뿐 아니라 요구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 12건과 관련 서류를 보존하지 않은 행위 10건도 확인됐다. 


 

▲ 공정위 조사에서는 기술자료 부당사용 외에도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 12건과 관련 서류를 보존하지 않은 행위 10건이 확인됐다. 자료출처=공정거래위원회 

정당한 요구라면 ‘왜 필요한지’부터 남겨야 한다 

기술자료 요구 자체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제품의 하자 원인을 확인하거나 공동 연구개발, 품질검사, 법령상 인증을 위해 자료가 필요한 경우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한 요구인지 여부는 발주기업이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왜 해당 자료가 필요한지,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지, 누구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뒤 용도를 확대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면 기존 합의와 계약 내용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공급처 이원화와 기술자료 사용은 별개의 문제 

기존 협력사의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는 행위 자체도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기업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복수의 공급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협력사가 축적한 설계와 제조정보를 허락 없이 사용했는지다. 

경쟁업체가 같은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존 협력사의 도면에서 핵심 규격과 기술정보를 가져왔다면 정상적인 경쟁을 넘어 기술자료 유용 문제가 발생한다. 


 

▲ 공급처 다변화나 원가 절감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협력사가 축적한 설계·제조정보를 허락 없이 다른 업체에 활용했다면 기술자료 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료출처=리더경제 



발주기업이 개발비 냈다고 모든 기술이 자동 이전되진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사이에서는 기술자료의 소유와 사용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발주기업은 제품 개발비와 품질관리 비용을 부담했다는 이유로 도면을 공동 성과로 생각할 수 있다. 

반면 협력사는 자체 인력과 경험을 통해 완성한 설계정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분쟁을 줄이려면 거래를 시작할 때부터 도면과 금형, 시험자료, 공정정보의 권리 귀속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발주기업이 비용을 지급하고 개발을 의뢰했다고 해도 모든 기술정보의 소유권이 자동으로 발주기업에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자료의 사용권과 소유권, 제3자 제공권은 계약 내용과 실제 개발 과정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협력사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 

협력사도 기술자료를 제공할 때 자료명과 제공일, 제공 목적, 비밀표시, 전달받은 담당자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전자우편과 파일전송 기록, 도면의 버전과 수정이력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발주기업이 구두로 자료를 요구했다면 정식 요구서면 발급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 협력사는 기술자료 제공 시 자료명·제공일·제공 목적·비밀표시·담당자와 파일 전송 기록, 도면 버전 및 수정이력을 남겨두는 것이 향후 분쟁 대응에 중요하다. 자료출처=리더경제 

과징금 5억 원이 남긴 경고 

경동나비엔에 부과된 과징금 5억 원은 기술자료 보호의 책임이 단순한 계약상 예의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공정위 처분은 행정기관의 판단이며, 당사자가 불복 절차를 진행할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리더경제 분석|공급처를 바꿀 자유와 기술을 사용할 권리는 다르다 

리더경제는 이번 사건을 특정 기업의 과징금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발주기업의 원가절감과 공급망 다변화는 필요하지만 그 출발점이 기존 협력사의 기술을 무상으로 옮겨주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공급업체를 찾을 자유는 있지만, 기존 협력사의 설계정보와 제조 노하우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술자료를 받은 목적과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원가절감이나 공급망 효율화를 위해 시작한 의사결정이 하도급법 위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처를 바꿀 자유와 협력사의 기술을 사용할 권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경동나비엔 사건이 기업 현장에 남긴 가장 중요한 기준도 바로 이 지점이다. 


 




자료출처 및 기사 확인 정보 

자료출처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시점 : 2026년 8월 30일 

기사 자료확인 기준 : 2026년 9월 3일 

자료이용 : 공공누리 제1유형 이용 가능 텍스트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 

※ 공정거래위원회는 경동나비엔이 기존 협력사의 온도센서 관련 도면 3종을 토대로 자체도면을 작성한 뒤 경쟁업체에 제공한 행위를 기술자료 부당사용으로 판단했습니다. 

※ 조사에서는 기술자료 요구서면 미교부 12건과 관련 서류 미보존 10건도 확인됐습니다. 

※ 기술자료 요구 자체가 모두 위법한 것은 아니며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요구 목적과 사용 범위 등 법에서 정한 절차와 서면 요건을 준수해야 합니다. 

※ 발주기업이 개발비를 부담했다고 해서 협력사의 모든 기술자료에 대한 소유권·사용권·제3자 제공권이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권리관계는 계약 내용과 실제 개발 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공정위 처분은 행정기관의 판단으로, 향후 당사자의 불복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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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03 15:51 수정 2026.09.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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