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독립적인 서비스에서 서로 연결되고 협업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상호연결’이 AI 산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에이전트 간 신원 확인과 능력 설명, 서비스 탐색, 상호작용, 도구 호출 등을 포괄하는 국가표준을 마련하고 산업 현장 적용에 나섰다. 이는 AI 경쟁의 기준이 개별 모델의 성능을 넘어 서로 다른 에이전트를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2026년 8월 31일 상하이 푸둥신구(上海浦东新区)에서 ‘인공지능·에이전트 상호연결(人工智能 智能体互联)’ 국가표준의 적용과 확산을 논의하는 행사를 열었다.
2026년 8월 31일 중국 상하이 장장과학성에서 열린 AI 에이전트 상호연결 국가표준 관련 회의와 에이전트의 신원 확인·서비스 탐색·상호작용·도구 호출 구조를 설명하는 자료 이미지, 이미지=AI생성
2026년 8월 31일 중국 상하이 장장과학성에서 열린 AI 에이전트 상호연결 국가표준 관련 회의와 에이전트의 신원 확인·서비스 탐색·상호작용·도구 호출 구조를 설명하는 자료 이미지, 이미지=AI생성
이번 회의는 전국정보기술표준화기술위원회 인공지능분과위원회(全国信息技术标准化技术委员会人工智能分委会)와 상하이시인공지능산업협회(上海市人工智能行业协会)가 공동 주최하고, 상하이사이시과기발전유한회사(上海赛西科技发展有限责任公司)가 주관했다.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에이전트 상호연결 표준의 산업 적용과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행사의 핵심은 에이전트 간 연결을 위한 국가표준 체계다. 이번에 소개된 표준은 전체 아키텍처, 신원 코드, 신원 관리, 에이전트 설명, 에이전트 발견, 에이전트 상호작용, 에이전트 도구 호출 등 7개 영역을 다루었다. 각 에이전트가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고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설명한 뒤 필요한 에이전트와 서비스를 찾아 연결하고, 실제 작업 과정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거나 외부 도구를 호출할 수 있도록 공통 규칙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는 에이전트 산업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면 단순한 기술 규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존 AI 서비스는 하나의 모델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외부 도구를 실행하는 등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여러 에이전트가 각자의 역할을 나눠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려면 서로 다른 시스템이 같은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기능을 이해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마다 에이전트의 개발 방식과 데이터 구조, 서비스 연결 방식이 달라지면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개별 연동을 위한 개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공통 규격을 활용할 수 있다면 반복적인 맞춤형 개발을 줄이고 서로 다른 기업과 서비스 사이의 연결을 단순화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에이전트 신원 코드 노드 관리 플랫폼도 이러한 연결 구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으로 제시됐다. 에이전트가 디지털 환경에서 활동하려면 먼저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업 업무에서 에이전트가 다른 시스템에 접속하거나 데이터를 조회하고 도구를 실행한다면 신원 확인과 권한 관리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에이전트에게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고 이를 발급·검증·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결국 에이전트 간 신뢰할 수 있는 연결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보안 역시 표준화 과정에서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참가한 전문가들은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AI와는 다른 보안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한 오남용, 컨텍스트 오염, 데이터 유출 등이 대표적인 위험으로 거론됐다. 특히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를 호출하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단순히 AI가 어떤 답변을 내놓았는지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신원으로 접근했는지, 어떤 권한을 부여받았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 그 과정이 어떻게 기록됐는지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참가한 전문가들의 논의를 종합하면 에이전트 보안의 중심도 ‘출력 통제’에서 ‘실행 통제’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 에이전트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실제로 수행하는 행동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한을 부여하고, 실행 범위를 제한하고, 활동 내용을 기록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사고 발생 때 원인을 추적하고 책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에이전트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차원의 역할도 논의됐다. 참가한 전문가들은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와 달리 일정한 확률과 불확실성을 가진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운영체제와 시스템 차원에서 예측 가능한 실행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운영체제, AI 기반 모델, 복수의 에이전트가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구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에이전트 간 연결 규칙은 개별 서비스의 선택적 기능이 아니라 디지털 산업을 연결하는 기본 환경에 가까워질 수 있다.
중국이 이번 행사에서 표준의 해설과 코드 적용 지원, 지역 간 적용 시나리오와 자원 공유, 반복 적용이 가능한 사례 육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표준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정착시키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AI분야 다양한 생태계 협력기관도 관련 협력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에이전트 제품과 솔루션의 표준 적용을 확대하고 산업 생태계 구성원 사이의 연결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표준 자체보다 ‘표준이 실제로 사용되는가’에 있다. 국가표준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기업 간 상호운용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서비스와 산업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적용되는지,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표준을 채택하는지, 서로 다른 시스템이 실제 업무에서 안정적으로 연결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 AI 산업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한국 역시 제조, 금융, 의료, 유통,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이 확대될 경우 기업별 시스템과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용 AI 환경에서는 모델의 성능만으로 서비스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사내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고 업무 시스템과 연결하며 외부 서비스를 호출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역할을 나눌 수 있어야 실제 업무 자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원 확인, 권한 관리, 도구 호출, 감사 기록, 보안 관리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야 한다. 국가 차원의 표준 경쟁도 피하기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 에이전트의 신원을 정의할 것인지, 서로 다른 에이전트가 능력을 어떻게 설명하고 발견하도록 할 것인지, 상호작용과 도구 호출을 어떤 규격으로 관리할 것인지가 향후 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국내 표준과 국제 표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과제다. 특정 국가나 기업의 규격이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면 해당 규격이 사실상의 연결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 에이전트 산업의 다음 경쟁은 더 높은 성능의 모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와 얼마나 쉽게 연결되는지, 연결 과정에서 신원을 얼마나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지, 권한과 도구 사용을 얼마나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 서로 다른 산업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이번 움직임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표준을 산업 생태계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AI 산업의 초기 경쟁이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가’에 집중됐다면 에이전트 시대에는 ‘누가 더 잘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드는가’가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국가표준의 산업적 효과와 실제 상호운용성 수준은 향후 적용 사례와 기업 참여 확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표준 제정은 출발점일 뿐이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단순히 답변하는 도구를 넘어 다른 시스템과 협력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할수록 ‘연결’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AI 경쟁의 무대가 모델의 성능에서 에이전트 생태계의 연결성과 신뢰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이 국가표준을 앞세워 이 영역의 규칙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국의 AI 산업과 표준 정책에도 주의 깊게 살펴볼 과제를 던지고 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이비즈타임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