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종합 단지 대신 '소부장 틈새거점'으로"… 전남 동부권 방산 생태계의 현실적 해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낙관론' 경계… 광양만권 철강·화학 기반 특수합금·소재 공급망 및 남해안 벨트 구축이 승산

순천시, 완제품 생산도시 아닌 '전남 동부권 방위산업 플랫폼·컨트롤타워'로 전략적 언어 전환 시급

전남 동부권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산업 육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부에서 제시되는 대규모 방산클러스터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구상은 현재 산업 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위산업은 단순히 산업단지를 조성하거나 개별 기업을 유치한다고 형성되는 산업이 아니라, 대기업 체계업체와 수백 개 협력기업, 연구개발(R&D), 전문인력, 시험·평가시설, 물류체계가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생태계가 전제돼야 하는 산업이라고 진단한다.

 

“대규모 방산 특화단지, 현재 여건으로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전남 동부권이 추진하는 방위산업 정책도 장기 비전과 현실적인 실행 전략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산업계에서는 최근 거론되는 방산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대규모 민간 투자와 국가 차원의 산업 집적도, 앵커기업의 투자계획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국가 프로젝트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 특화단지 역시 수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와 오랜 기간 축적된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지정됐다. 반면 전남 동부권은 아직 대규모 방산 체계기업의 양산공장이나 대규모 신규 투자계획이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같은 기준에서 경쟁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화 발사체 조립시설… 지역 산업의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 '앵커 효과'는 제한적

율촌산단에 입주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조립시설은 지역 우주산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발사체 조립은 연간 생산량이 제한적인 단품·소량 생산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K9 자주포나 장갑차처럼 대규모 협력업체 이전과 연쇄 투자를 유발하는 양산형 생산기지와는 산업 구조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역 방산 소부장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기업 공급망에 참여하는 협력업체 중심 구조여서 독자적으로 대규모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 동부권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 방안 보고서 인포그래픽

"산업단지가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산업단지를 만든다"

순천가 추진하는 해룡산단(2-2) 조기 개발과 미래첨단 국가산업단지 조성 역시 장기적인 산업 기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방산기업은 산업단지의 규모보다 안정적인 공급망과 전문인력, 연구개발 역량, 물류체계, 수요기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산업단지를 만든다고 기업이 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들어오기 때문에 산업단지가 성장하는 것"이라며 "산업단지 조성을 방위산업 육성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접근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해법은 '공급망 중심 산업생태계'

전문가들은 전남 동부권의 강점은 없는 산업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조기반을 방위산업 공급망으로 고도화하는 데 있다고 분석한다. 광양의 철강과 특수금속, 여수국가산단의 화학·복합소재, 지역 특수합금 기업들의 기술력은 방산 소재·부품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순천의 정주여건과 교육·연구 기반, 고흥의 우주발사체 국가산단과 발사 인프라를 연계하면 완제품 생산기지가 아닌 우주·방산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기간에 대형 공장을 유치하는 방식보다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간 경쟁보다 역할 분담이 중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남 동부권 방위산업 정책은 개별 지자체 중심의 유치 경쟁보다 광역 협력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고흥은 우주발사와 시험 기능, 광양과 여수는 철강·화학소재 공급, 순천은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기업지원과 물류 기능을 담당하는 등 각 지역의 산업적 강점을 연계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 분담은 경남 사천과 창원의 항공우주·방산 생산기지와도 연계할 수 있어 남해안권 전체를 하나의 우주방산 공급망으로 발전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전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가능성

방위산업은 지역경제를 바꿀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대만으로 산업이 성장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 특화단지와 국가산단 지정이라는 상징적 목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보다, 기존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지·산·학·연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 산업 전문가들은 "전남 동부권이 방위산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장밋빛 청사진보다 냉정한 현실 진단이 먼저"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불가능한 목표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성 2026.07.25 23:19 수정 2026.07.2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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