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혁신거점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방위사업청이 전국 4개 권역에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추가 조성하며 인공지능(AI) 국방로봇, 첨단복합소재, 항공·우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미래 전략산업을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해 육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경남·부산·울산·전남, 전북·전주, 충남·논산, 인천 등 4개 지자체 컨소시엄과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역별 특화 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역의 산업기반과 대학, 연구기관, 군, 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방위산업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국방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지역 산업을 미래 국방산업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지난 2020년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2022년 대전, 2023년 경북 구미까지 확대됐으며, 올해 4개 권역이 추가되면서 전국을 연결하는 방산혁신 네트워크가 사실상 완성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협약을 통해 2030년까지 약 500억 원을 투입해 ▲지역 방산 특화 연구·시험 인프라 구축 ▲산·학·연 협력 연구개발 ▲국방 신산업기술 실증 및 사업화 ▲중소·벤처기업 성장 지원 등 지역 맞춤형 패키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별 전략산업 육성, "강점을 국방으로 연결"
이번 클러스터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기존 산업 기반을 미래 국방산업과 융합했다는 점이다. 경남·부산·울산·전남 컨소시엄은 국내 최대 조선·해양 산업벨트를 기반으로 함정 MRO(Maintenance, Repair & Overhaul)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함정 유지·보수·성능개량 역량을 지역에 집적해 해군 전력 지원은 물론 해외 함정 MRO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특히 조선소와 기자재 기업, 군항이 밀집한 남해안 벨트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산 서비스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전주는 탄소소재와 첨단복합소재 산업 경쟁력을 활용해 방산 핵심소재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소재 생산부터 가공, 시험·평가, 인증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체계를 마련해 미래 무기체계의 경량화와 고성능화를 지원하는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충남·논산은 인공지능(AI) 기반 국방로봇 산업을 전략 분야로 선정했다. 국방로봇 종합지원센터와 실증·인증 인프라를 구축해 AI 무인체계와 자율로봇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민간 로봇기업과 군의 협력을 확대해 미래 전장 환경에 대응하는 국방로봇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인천은 항공·우주 방산 클러스터 구축에 나선다. 엣지 AI 기반 항공·우주 무기체계 개발 기반을 마련하고, 드론과 위성, 미래 항공모빌리티(AAM), 우주기술을 연계한 첨단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 방산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AI·무인체계 시대, 지역이 미래 방산 경쟁력 좌우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지역개발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구조를 미래형으로 전환하는 핵심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세계 방산시장은 AI와 무인체계, 첨단소재, 우주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중심의 기존 방산 공급망만으로는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의 특화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생태계 구축이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지역이 보유한 산업기반과 기술력을 국방 분야와 연결하고, 연구개발부터 시험·인증,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지역 중심의 방산 혁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역이 곧 국가 방산 경쟁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미래 전장 환경은 AI, 무인체계, 로봇, 항공·우주, 첨단소재 등 첨단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지역이 보유한 우수한 산업 역량을 국방 분야와 연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산혁신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지역 중소·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K-방산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산혁신클러스터 확대는 방위산업을 수도권 중심 제조업에서 전국 단위의 첨단산업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향후 각 지역의 특화산업과 국방 첨단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K-방산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강화와 미래 방산시장 선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