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글로벌 무기 수출 시장에서 경이로운 성과를 내며 ‘K-방산 4대 강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 정부가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이자 핵심 성장동력으로 강조하며 전폭적인 수출 증대 정책을 펼치는 지금, 역설적이게도 방위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초대형 방산비리 사건이 다시 고개를 들며 대외 신뢰도에 치명적인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검찰 수사로 드러난 1조 7,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 사업 및 국방 연구개발(R&D) 관련 뇌물·점수 조작 비리 파문은 충격적이다.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메가 프로젝트의 향방이 방위사업청 실무 사무관 단 한 명과 방산 대기업 임원진 간의 불법 거래로 흔들린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시스템 마비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로 다가온다. 일선 현장에서는 일찌감치 실무진 몇 명을 구속 기소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으려는 ‘개인 비리 프레임’과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단위 사업의 평가 점수를 실무진이 좌우할 수 있는 기형적 구조와 폐쇄적 심사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비리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방위사업청장의 사퇴나 수장 교체만으로 사태를 봉합하려 해서는 제2, 제3의 비리를 막을 수 없다.

2006년 방위사업의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범한 방위사업청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인적 순환보직의 한계, 외부 검증 장치 무력화, 매너리즘으로 인해 자체적인 개혁 동력을 상실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비리자 처벌을 넘어, 국정 최고 통제 기관인 대통령실(청와대) 내 방위산업 컨트롤타워 구축과 ‘방위산업담당관’ 부활이다. 대통령실 방위산업담당관 신설을 통해 추진해야 할 근본적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독립적 컨트롤타워 및 절차적 감시 기능 확립이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 분산된 방산 수출 정책을 총괄 기획하는 한편, 무기체계 수주 및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지는지 원점에서 상시 모니터링하는 감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권 개입' 원천 차단과 '투명성 파수꾼' 역할이다. 과거처럼 특정 사업자 선정이나 무기체계 선택에 직접 개입하는 권력형 부작용을 철저히 차단하고, 방사청의 제안서 평가위원 무작위 선정, AI·빅데이터 기반 심사 체계가 투명하게 작동하는지 감시하는 '청렴 파수꾼'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구조적 적폐 청산과 제도적 배상 체계 도입이다. 실무자 개인 처벌로 끝나는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방사청 조직의 개방형 전문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비리 적발 시 기업의 존폐가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내부고발자 보호 및 포상을 획기적으로 올려 '비리의 경제성'을 완전히 상쇄시켜야 한다.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은 무기의 탁월한 성능뿐만 아니라 획득 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담보될 때 완성된다. 반복되는 꼬리 자르기식 봉합을 멈추고 대통령실 차원의 강력한 방위산업담당관을 신설하여 방산비리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