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동 안보 위기 속 방위산업 '구조적 성장' 국면 진입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방위산업이 세계 경제·투자 시장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국방비를 줄여왔던 유럽 각국이 잇따라 군비 증액과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업계에서는 방위산업이 일시적 모멘텀 단계를 지나 장기적인 구조적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재무장 가속화…'자국 조달' 정책 강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다. NATO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역내 방위산업을 우선 지원하는 이른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프랑스 탈레스 등 유럽 주요 방산기업들의 수주 잔고는 연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 무기 구매 확대에 그치지 않고, 육·해·공 전 영역의 차세대 무기체계와 미사일 방어망, 인공지능(AI) 기반 군사기술까지 국방 혁신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K-방산, 유럽·중동·아태 지역으로 수주 확대
이 같은 글로벌 재무장 흐름 속에서 한국 방위산업(K-방산)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한국 방산기업들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빠른 생산·인도 대응력 ▲검증된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 ▲현지 생산·기술이전을 결합한 협력 모델 등을 앞세워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국가와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발판으로 K-방산의 수출 영토는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KAI)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 역시 단발성 계약이 아니라 누적된 장기 수주 잔고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정학 이벤트성 테마 아닌 장기 성장 산업으로 재평가"
과거 방위산업은 특정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단기 급등락하는 테마성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국 정부의 장기 국방예산 증액이라는 정책적 기반 위에서 움직이는 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접근 방식으로 국내 K-방산 대표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과, 유럽·미국 주요 방산기업까지 시야를 넓혀 분산 투자하는 방법을 함께 거론한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 부담을 줄이면서 산업 전반의 성장 흐름을 함께 누리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방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다만 방산업계 특성상 소수의 대형 계약이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변동성이 존재하며, 잠수함 사업처럼 장기 운용·정비 체계가 중요한 특수 분야에서는 시장 기대와 다른 수주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각국의 군비 증액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이자 동시에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성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